먼 옛날 목초가 가득한 한 언덕에 수많은 말(馬)들이 한가로이 오가며 지내는

목장이 있었다. 그 목장을 뭇 말들이 "한래구"(閑來邱-한가로이 오가며 풀을 뜯는

언덕)라고들 불렀다. 이곳은 특정 주인도 없고 입장료나 풀뜯는 사용료도

없었기에 온갖 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유모"(乳芼-젖과

꿀이 흐르는 풀이 무성한) 지역은 세상사에 찌든 말들이 휴식을 취하기에 가장

좋은 비옥한 곳으로 꼽혀 항상 자리가 비좁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그곳에서는 한가지 재미있는 놀이가 있었는데.. 한 넘의 말이 풀뜯어 먹는 동안에

뒤에 말이 풀뜯는 말의 꼬리를 물고, 또 그 뒤에 말이 앞의 말의 꼬리를 물고

길~게 연결하는 놀이였다. 옛 문헌에 의하면 당시에는 그 놀이를 "수래두(首來

頭-말꼬리를 문 긴 행열을 위에서 보면 머리 다음 또 머리가 보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으로 추정됨)"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말꼬리잡기 놀이는 제대로만

연결되면 보는 말들로 하여금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훌륭한 놀이였고, 한 문헌에

의하면 때로는 수십마리의 말들이 말꼬리를 물고 말을 하는 진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온갖 종류의 말들에게 모두 울타리를 열어 환영하던 유모지역은 조용히

풀만 뜯어먹고 가거나 수래두 놀이를 하던 건전한 말들뿐 아니라, 온갖

잡종말들이 뛰어다니며 난리를 치는 바람에 풀(물)이 흐려지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으니... 그 사태를 "한래구실록사유지"(閑來邱實錄事由誌)에서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최근에 한래구 유모지역에 한 무리의 종마(種馬-말 그대루 씨뿌리는 말)들이

나타나서 줄도 안 맞는 수래두는 물론, '자기 마굿간 광고', '풀을 돈으로 만드는

방법', 등을 씨뿌(부)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또한 온갖 지랄을 해도 다 되는

풀밭은 냅두고 꼭 유모에 와서만 취지와 어긋나게 풀을 짓밟고 돌아다니는 말들이

있었으니 우리는 그들을 '태수터'(跆獸攄-온갖 것을 짓밟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금수같은 말이라는 말) 라고 부르기로 한다. 재미있고 조용하던 이곳에 이런 말도

안되는 말들이 돌아다니니.. 오호, 통재라!!" (한래구실록사유지 中 종마사태(種

馬事態) 50페이지 셋째줄에서 인용)

 

암튼 종마들의 상식에 어긋난 행동에 분개한 보통 말들은 이들을 막기 위해서

급기야 울타리 입구를 막고 그 출입문에 이렇게 커다랗게 붙였다. "종마들에게는

이곳 문을 열어주기 곤란하닷!!! (종마난개-種馬難開)" 그리고 종마들이 유모에

들어오려고 할 때마다 언덕위에서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거만하게 "종마난개!!"

라고 위협을 하곤 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정신이 그대로 이어져, 취지에 어긋난 말을 씨부리거나 말도

안되는 걸로 사기를 치려고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종마난개"를 되뇌는 관습이 남아있다.

 

* 한자공부: 종(種-씨뿌리다), 마(馬-말), 난(難-곤란하다), 개(開-열어주다)

* 참고: 문헌에 나오는 말들은 대체로 몸집이 작은 편이었다고 한다.

* 응용: 무척 분개해 있을 때 쓰는 말이므로 주먹을 꽉 쥐고 이 말을 되뇌인다..

힘을 너무 준 나머지 검지와 중지 사이로 엄지가 살짝 삐져나오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 주의사항: 직장에서 상사에게 써먹을 때는 반드시 뒤로 돌아선 다음에 하는

지혜를 발휘하시기를...